
일본에서 요리와 칼 연마를 배우며 살아오다, 한국에 돌아와 ‘연마장인’이라는 칼 연마 브랜드를 만들어 나만의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다시 요리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또 내 실력으로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을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흑백요리사 시즌2의 모집 공고가 떴다. 하지만 바로 지원하지는 못했다. 요리를 쉰 지 4년, 다시 칼을 잡기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때 친구가 내 등을 떠밀었다. “꼭 나가 봐. 너라면 할 수 있어.”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나를 격려해 주고 용기를 북돋아줬다.
몇 주를 망설이다 결국 지원서를 썼다. 요리하는 영상, 인터뷰 영상까지 직접 찍었다. 내가 어떤 요리를 추구하는 사람인지, 칼과 연마에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를 담았다.
그런데 일주일 뒤, 넷플릭스에서 면접 제안이 왔다. JTBC 상암 스튜디오에 도착했을 때, 작가 몇 명 정도일 거라 생각했는데, 스무 명 가까운 스태프가 마주 앉아 있었다. 순간 긴장됐지만, 오히려 침착하게 내 이야기를 꺼냈다.
내 필살기는 ‘칼’이었다.

잘 드는 칼과 그렇지 않은 칼로 썬 야채를 직접 반찬통에 담아 가져갔고, 면접 중 꺼내 시식하게 했다. 공기가 살짝 달라지는 걸 느꼈다. 하지만 끝나고 나서는 “망했다”는 생각뿐이었다. 준비한 걸 다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3주 뒤,
“합격하셨습니다.”
그 한마디가 모든 걸 바꿔 놓았다.
그 후 한 달은 설렘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밤에도, 새벽에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마치 일본 유학 시절, 매일 칼과 요리만 생각하던 그때처럼.

결과가 어떻든, 그 시간은 내게 다시 ‘요리를 사랑하던 마음’을 꺼내 준 시간이었다. 흑백요리사 출연은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내 안에 있던 열정을 되찾는 시간이었다. 이 기회를 주신 넷플릭스와 스튜디오 슬램, 그리고 함께했던 모든 셰프님들께 감사드린다. 각자의 방식으로 본인의 실력과 열정을 증명하던 그 무대, 그 자체가 이미 하나의 완성된 요리였다.



